고상구 세계한인총연합회장 "동포 행사는 동포가 주도해야"
내년 한인회장대회 '한인회' 주도 첫 시험대…"동포청은 행정·예산으로 뒷받침"
"역(逆)인턴·차세대 리더 포럼·세계청년대회 추진…차세대 '비례대표' 길 열어야"
고상구 세계한인총연합회장
"재외동포청 등 정부가 동포 행사를 주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한인회가 주도하고, 정부는 행정·예산으로 뒷받침하는 구조가 돼야 합니다."
재외동포청(청장 김경협) 주최로 지난 1일 막을 내린 '2025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가한 고상구 세계한인총연합회(세한총연) 회장은 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재외동포청 주최로 열렸던 세계한인회장대회가 올해 대회를 계기로 '한인회 주도'로 전환되는 흐름을 만들었다"며 "갈등과 진통을 감내하며 얻은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고 회장은 "운영위원회를 여러 차례 열어 파탄과 재개를 반복했고, 끝내 합의에 도달했다"며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반대하는 한 사람까지 설득하는 과정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합의가 무산됐다면 이번 대회는 나쁜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라며 "이틀 동안 혓바닥이 헐 만큼 대화하고 설득했다. 그만큼 절박했다"고 회고했다.
제19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
(서울=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 호텔에서 열린 제19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이재명(왼쪽서 5번째)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왼쪽서 3번째가 고상구 회장. 2025.10.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그는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는 한인회 내 분쟁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면 법적 다툼과 감정의 골만 깊어진다"며 "현지 여론과 정관, 관행을 누구보다 잘 아는 동포사회가 스스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세한총연 내 '분쟁조정위원회'를 상설화해 중립적으로 사실을 확인하고, 조정·중재를 통해 합의점을 찾겠다. 끝까지 합의가 안 되면 다수의 의견과 정당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되, 편파는 금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고 회장은 인터뷰 내내 '차세대'와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류와 K-푸드, K-컬처가 세계로 뻗은 배경에는 재외동포의 피와 땀이 있다. 이 토대를 잇지 못하면 열풍은 사라진다"며 단기 산업시설 견학과 문화 탐방 위주의 모국 체험은 한계가 있다. 해외 청년을 한국 기업·기관으로 6개월 이상 보내는 '역(逆)인턴 제도'를 핵심 해법으로 제시했다.
한인회장 초청 워크숍서 인사말하는 고상구 회장
(서울=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 호텔에서 열린 세계한인총연합회 주최 세계한인회장 초청 워크숍에서 고상구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세계한인총연합회 제공]
"차세대 동포를 한국 중소·중견기업, 콘텐츠·푸드·제조·IT 현장에 배치해 출퇴근·지하철·점심 한 끼까지 '진짜 한국'을 살게 해야 정체성과 네트워크가 생깁니다. 기업이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고, 정부·지자체는 항공료·기초정착비를 지원하면 큰 예산 없이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는 "SM·JYP·YG 등 콘텐츠 기업, K-푸드 프랜차이즈, 제조·반도체·IT 현장까지 스펙트럼을 넓히겠다"고 했다. 병역 등 법적 이슈가 있는 경우 "합법 범위 내 기간·자격을 정교하게 설계해 참여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부연했다.
차세대 동포 육성과 관련해 고 회장은 "리더십이 검증된 청년을 먼저 모으는 '차세대 리더 포럼'을 열고, 이를 토대로 '세계 청년대회'로 확대하는 단계적 모델"을 제시했다. 참가자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숙식·프로그램은 민관이 함께 마련하고, 실질적 교류가 이어지는 네트워크를 촘촘히 엮어야 한다고 했다.
재외동포 정책 예산과 관련해서는 "말로는 동포가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라지만, 예산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700만 명에 달하는 규모에 맞게 획기적인 증액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인회 공공외교활동 세미나서 인사말하는 고상구 회장
(서울=연합뉴스) 지난달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5 제4회 한인회 공공외교활동 세미나에서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재외동포위원장, 김건 국민의 힘 외통위 간사,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외통위 간사, 김경협 재외동포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상구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세계한인총연합회 제공]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동포사회 단체장들이 직접 비례대표를 맡는 것은 분열을 낳을 수 있다"며 "좌우를 넘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40대의 참신한 차세대 동포에게 길을 열어 동포 이익을 원칙 있게 대변하도록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고 회장은 "오늘날 한류 확산은 정부 예산만으로 만든 성과가 아니라, 재외동포가 현지에서 쌓아온 신뢰와 네트워크 위에 구축된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 공로를 인정하고 재외동포 기업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며 "국민 세금이 한국 기업과 경쟁하는 현지 외국 기업 지원에 쓰이는 정책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새 정부와 동포청에 바라는 점을 묻자 그는 "이번 정부의 '국민주권' 메시지가 동포에도 적용되길 기대한다. 동포가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를 제도화해달라"며 "내년 한인회장대회가 그 첫 시험대다. 청년·차세대에 대한 투자를 예산으로 보여달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식품 유통매장 'K-마켓'을 150개 운영하는 고 회장은 21기 민주평통 아시아·태평양 부의장, 제18차 세계한상대회장, 제2대 장보고한상수상자협의회장 등을 역임한 글로벌기업가로 충북도 명예대사이기도 하다.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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